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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기장]항상 푸르름을 간직한 곳. 아홉산 숲

사료주는남자 2020. 4. 5.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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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적으로 부산사람이 아닌 이들은 부산하면 무조건 고층 건물과 해변이 어우러진 상당히 현대적인 도시를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부산에서 조금만 벗어나 보면 조용한 바다뿐 아니라 산과 숲을 만날 수 있다. 그중 부산에서 가장 대표적인 숲인 아홉산 숲을 소개한다.

 아홉산 숲은 9개의 봉우리를 가진 산이라는 뜻으로 미동문씨의 집안에 의해 수백년 동안 관리되어 왔다. 예전에 이 아홉산 숲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는데 수백 년 전부터 숲의 중요성을 알고 꾸준히 집안 대대로 관리해왔다는 것이 인상 깊었는데 기장에 가게 되었을 때 이곳을 최우선적으로 가기로 하였다.

 산과 숲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는 만큼 규모다 상당한 편이다. 15만 7천 평 규모로 짧게는 30분 정도. 제대로 사진도 찍고 즐긴다면 1시간 30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특히 아이들이나 노약자를 대동한 가족들은 시간을 더 여유 있게 두어서 관람을 한다면 좋을 것이다.

 이곳에는 한반도 중부지방에서 보기 힘든 대나무와 편백나무 등 다양한 수종을 가지고 있으며 경상도 북부에서 볼 수 있는 수령 400년이 넘는 금강송 군락이 있다는 것도 상당히 특이하였다. 대나무나 편백나무야 울산, 통영 등에서도 볼 수 있는 편이라 별다를 것 없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여기서 북으로 200킬로는 가야 금강송을 제대로 볼 수 있을 텐데 이곳에 심겨 관리되고 있다는 것은 참 좋다.

 또, 영화 촬영지로 각광받고 있어서 여러 영화들을 촬영하였다. 때문에 이곳을 둘러보다 보면 곳곳에서 영화 세트의 흔적을 만날 수 있어서 인증샷을 남기기 좋다. 다만, 아쉬운 점은 어떤 영화를 촬영하였는지 자세하게 설명이 되어 있는 경우가 적어 그냥 어떤 영화를 촬영했겠구나 이런 식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대나무와 소나무의 어우러짐은 꽤 괜찮은 편이다. 요즘 재선충이 너무 심해져서 침엽수 군락이 점점 사라져 가고 있어서 많이 걱정된다. 특히나 수령이 수백 년 된 금강송은 국가에서 관리할 정도로 문화재 복원이나 그 가치가 높은 편이라서 잘 관리되어서 오랫동안 남아있었으면 한다.

 한 겨울에 산속으로 들어가서 인지 좀 추웠다. 여름에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모기가 뜯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입장료가 5,000원으로 싸지는 않은 편이다. 물론 개인 사유지로 생각하면 그렇게 비싼 건 아니지만 어리든 나이가 많든 무조건 5,000원을 받는다는 건 좀 불편한 사실. 실제로 끊으면서도 입장객들이 비싸다고 투덜거리는 분들이 꽤 되었다.

 입장료 5,000원을 내고 나면 숲 속에는 화장실이 없다 보니 꼭 화장실을 들렸다가는 것이 좋다. 워낙 크다 보니 곤란한 일을 겪을 수도 있으니...

 그리고 물도 챙기는 것이 좋다. 그렇게 구릉이 심한 것은 아니지만 체력적으로 잘 관리하면서 봐야 오천 원 내고 운동한다는 소리를 하지 않을 것이다.

 개인 사유지 치고는 관리가 잘 되어있지만 처음에는 좀 실망할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겨울에 와서 그런지 더 그런 생각이 들었다. 괜히 왔나? 다큐멘터리에 속은 걸까? 이런 생각이 들면서 좀 힘들어질 때쯤 멋진 대나무 숲이 나를 반긴다. 갑자기 나타난 대나무 숲은 인증샷을 찍는 이들로 바빠지지만 개인적으로 이곳에서 찍기보다는 더 들어가서 숲을 보기를 바란다. 처음에 열심히 찍다 보면 찍는데 너무 열정을 쏟은 나머지 정작 더 멋진 곳은 그냥 지나쳐 버릴지도.

 9시에서 6시까지 개방하였는데 하절기, 동절기마다 다른 시간을 가지고 있으며 월요일에는 휴무이다. 주차하기가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어 9시에 맞춰서 갔는데 그러길 잘한듯하다. 맞춰서 갔는데도 불구하고 몇몇 부지런한 가족들이 벌써 주차를 하고 입장하고 있었고 나중에 나올 때 보니 주차장과 입구가 너무 멀고 주차하기도 불편해 보이더라.

 한낮에 가지 않아서 점점 해가 떠가면서 바뀌는 숲의 모습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처음에는 어둑어둑하여 좀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대나무 숲으로 햇빛이 떨어지는 모습은 정말 멋지고 상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겨울에 멋지고 상쾌하다는 생각은 지금 생각해도 잘 잊히지 않는다.

 완벽한 곳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곳을 망칠 필요는 없는데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의 개인적인 행위로 대나무나 나무들이 상처를 받는 것이 안타깝다. 대나무에 흔하디 흔한 '누구 왔다감. 몇 월 며칠' 이런 식의 인증 행위는 안 했으면 좋겠는데 왜들 이러는지... 자연을 그대로 보기는 힘든 걸까?

 마지막으로 입구와 출구에 위치한 관미헌. '고사리(하찮은 풀)조차 귀하게 본다'라는 뜻의 건물. 이 집안의 생각을 알 수 있게 해 주는 건물이다. 방문객들도 이 건물의 뜻을 본받아 방문할 때 만이라도 이 뜻대로 행동하였으면 좋겠다.

 일단, 차가 없는 이들은 이곳에 가는 건 무리라고 본다. 특히 부산사람이 아니다면 굳이 이곳까지 오는 건 아니다. 개인적인 차가 있고 부산을 많이 즐겨본 이라면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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